'기생충'으로 사랑받던 '나의 아저씨'가 떠났다…이선균 쓸쓸한 부고
중앙일보
입력 2023.12.27 17:02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2019) 이후 연기 인생 정점을 맞았던 배우 이선균이 27일 오전 서울의 한 공원 인근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48세.
지난 10월부터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그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 등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마약 투약 혐의 관련 증거가 강남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해왔지만, 지난 23일 세번째 경찰 소환에서 19시간 밤샘 조사를 받은 뒤 익일 새벽 귀가하고 불과 사흘 만에 세상을 등졌다.
배우 이선균씨(48)가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이선균 씨가 지난 23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로 3차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도착한 모습. 뉴스1
한예종 1기…'하얀거탑' '파스타' 꿀성대 원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1기인 그는 1999년 비쥬의 뮤직비디오 ‘괜찮아’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2001)로 연기 데뷔, MBC 시트콤 ‘연인들’(2001)로 TV 진출한 뒤 MBC 의학 드라마 ‘하얀거탑’(2007), 특유의 ‘동굴 목소리’를 유행시킨 MBC 로맨스물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파스타’(2010) 등 숱한 드라마 히트작을 냈다.
특히 가수 겸 배우 아이유와 호흡을 맞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에선 중년 가장의 쓸쓸함을 연기해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편안함에 이르렀니?” 등 무수한 명대사를 낳았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주연 이선균(왼쪽)과 아이유. 사진 tvN
영화에선 ‘밤과 낮’(2008)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 등 홍상수 감독 작품에 출연해 해외 영화제에 얼굴을 알렸다. 스릴러 영화 ‘끝까지 간다’(2014)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공식 초청됐다.
5년 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대저택에 사는 박사장 역을 맡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미국 아카데미 4관왕 등을 휩쓸며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다. 애플TV+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2021) 주연에 이어, 올해 칸 영화제엔 신인 유재선 감독의 공포 데뷔작 ‘잠’, 재난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프로젝트 사일런스)’ 등 2편의 주연작으로 초청되며 전성기를 맞았다.
'기생충' 글로벌 스타…홍상수·봉준호 신뢰
배우 이선균(왼쪽 두번째)이 지난 2020년 미국 LA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영화 '기생충' 출연진과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
이선균은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였다. TV‧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영화 가리지 않고 다작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비슷한 배역이 드물었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이선균은 작품 감식안이 좋고 기본기가 탄탄해 쓰임새가 많은 배우였다. 홍상수 감독의 예술영화와 장르물, 트렌디한 연기와 ‘나의 아저씨’ 같은 깊이 있는 배역도 잘했다”면서 “튀지 않고 감독이 캐릭터에서 원하는 뉘앙스 전달에 탁월했다.
‘기생충’만 해도 개성 강한 배우들 사이에서 오만하지만 ‘리스펙’의 대상이 될 만한 자본가 캐릭터를 잘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함께 작업한 감독들의 신뢰 또한 컸다. 봉준호 감독은 ‘잠’에서 수면 중 괴이한 행동으로 공포를 자아내는 남편 역으로 “다양한 연기가 가능한 배우”를 찾던 유재선 감독에게 직접 이선균을 추천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 연출을 맡은 이윤정 PD가 앞서 신인 배우들과 작업한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2005)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연이어 주연을 차지했다.
이선균의 첫 주연 드라마 ‘하얀거탑’을 연출한 안판석 PD도 ‘태릉선수촌’에서 그를 점찍었다.
이선균은 새로운 작품을 직접 개척하기도 했다. 그가 “요상한 대본이 재밌어서” 출연한 잔혹 로맨틱 코미디 ‘킬링 로맨스’는 올해 관객 수 19만명에 그치며 흥행은 실패했지만, 컬트 팬덤을 낳았다. 영화 ‘킹메이커’(2022)를 함께한 배우 설경구는 “이선균씨는 같이한 배우들이 욕하는 걸 들은 적이 없다. 사람 자체가 쿨하고 흔들림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대역 빛내는 '킹메이커'…설경구 "쿨하고 흔들림 없어"
정유미, 이선균 주연 영화 '잠'.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백은하 배우연구소장은 “이선균과 함께할 때 상대 배우들은 최고의 커리어를 맞이했다”면서 “‘킹메이커’이자 ‘퀸메이커’였던” 이선균의 작품 스타일이 최근엔 변화를 맞았음을 짚었다.
‘킬링 로맨스’의 이하늬를 비롯해 영화 ‘잠’의 정유미,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의 임수정, ‘화차’(2012) 김민희, ‘기생충’의 조여정, ‘하얀거탑’의 김명민 등 상대 배우를 빛나게 만들었던 그가 미개봉 신작 ‘탈출’에선 홀로 극을 끌고 나가 칸 영화제 상영 후 4분 간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면서다.
이선균은 결혼 14년 차 아내인 배우 전혜진과도 잉꼬부부로 유명했다. ‘기생충’ 때 칸 영화제에 두 아들까지 온 가족이 동행했다. 전혜진이 출산‧육아 후 3년 만에 무대 복귀한 연극 ‘러브 러브 러브’(2013)에선 이들 부부를 오래 봐온 이상우 연출이 “전혜진씨를 캐스팅하면서 이선균씨가 낚시 줄에 걸리듯 따라왔다”고 부부 동반 캐스팅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모범적인 가장 이미지가 강했던 그였기에 유흥업소 마약 투약 혐의가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영화 ‘탈출’과 ‘행복의 나라’ 등 개봉 대기 중이던 신작들은 마약 문제가 불거진 뒤 공개 일정을 잡지 못한 채 그의 유작이 됐다.
WP 한국 강도 높은 마약정책 주목…소속사 "억측 자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개봉 일정을 잡지 못한 채 이선균(왼쪽)의 유고작이 됐다 .사진 CJ ENM
워싱턴포스트‧ABC‧CNN‧가디언‧BBC‧로이터 등 외신도 ‘기생충 배우’의 부고를 일제히 다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은 “한국 연예계가 K팝 가수, 영화배우들의 마약 스캔들로 뒤흔들렸다”며 한국의 강도 높은 마약 정책을 주목하기도 했다.
이선균 소속사 호두앤유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비보를 알리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 사실 유포를 자제해달라"면서 "장례는 유가족 및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라 밝혔다.
드라마 '파친코' 원작 소설가인 이민진 작가가 27일 SNS에 올린 애도의 글.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대한민국 검경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마약 안전국이 아니라는 사실에 분노해야 한다. 결국 마약을 수사하고 퇴치하는 노력이 높아질 수록 마약이 대한민국에 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다. 이런 예산까지 모두 없애버리는 쓰레기 당이 더 큰 문제다. 대한민국 공인은 힘들고 외롭다고 해도 절대 사행성 유혹에 빠지면 안된다. 신동엽, 이수근, 김준호, 등 연예인을 봐라 모든 범죄행위를 했어도 방송에 잘 나와 돈벌고 있지 않는가. 강해져야 다시 살수 있다.
이런 이 쓰레기가 없어져야 대한민국 깨끗해진다. 개인적으로 이선균님 연기좋아했고 나의 아저씨 정말 감동있게 감상했습니다. 좋은 곳에서 더 행복한 마음으로 훨훨 꿈을 펼치십시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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