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영화가 끝날 무렵,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스크린 위로 흐르는 가운데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상영관 안에서 몇몇 관객이 가느다랗게 떨리는 목소리로 애국가 1절을 부르기 시작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으로 이어지는 후렴구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의 입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두 손을 모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글썽이는 관객도 있었다. 관객들은 2절까지 불렀다. 애국가가 끝난 뒤 백발의 한 관객은 “대한민국 만세”라고 세 번 외쳤다.
11일 오후 8시 미국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 월터리드극장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상영됐다. 링컨센터는 뉴욕 필하모닉, 뉴욕 시립 발레단,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줄리아드 학교 등이 모여 있는 종합 예술 공간이다. 지난달 1일 한국에서 개봉해 이승만 재조명 열기에 불을 지핀 영화가 세계 문화 예술의 중심지인 이곳에서 상영된 것이다. 이날 상영회는 비영리단체 한미연합회(AKUS)가 후속작 ‘건국전쟁 2′ 제작 비용을 모금하기 위해 마련했다. 한미 동맹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 단체는 지난해 4월 이 영화를 만든 김덕영 감독을 만나 후원을 약속했었다. 이날 AKUS는 시간당 약 300만원의 대관료를 받는 이 극장을 3시간 빌렸다고 한다.
이날 극장의 260여 석 대부분은 영화 상영 30분 전부터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로 가득 찼다. 영화 티켓 가격이 1장에 40달러(약 5만2000원)에 달했지만, 스크린 앞 맨 앞자리를 제외하면 빈자리를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극장을 찾은 관객 중에서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한인 이민자들이 많았다. 마스크를 쓰고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도 있었고, 서로 오랜만에 보는 듯 부둥켜 안고 인사를 나누는 중년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은 학생들도 있었다. 인근 뉴저지에서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미셸 한씨는 “미국에 살아도 우리의 뿌리는 대한민국”이라면서 “모국(母國)의 건국 과정을 아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싶어서 함께 왔다”고 했다. 러닝타임 101분은 고령의 관객이 쉬지 않고 보기에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그저 대한민국을 너무 사랑했을 뿐”이라는 한 출연자의 발언이 나오는 대목에서 일부 관객들은 몰래 눈가를 훔쳤다.
한국에서 개봉 2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긴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망명 생활을 했던 미국 하와이에서도 시사회를 통해 소개됐다. 이 영화는 미국 내 최대 한인 밀집 지역인 로스앤젤레스의 상업용 영화관에서도 상영됐다. 이런 가운데 이승만 재조명 열기를 이어가기 위한 ‘건국전쟁 2′ 제작비 마련을 위한 첫 상영회가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열린 것이다. 김영길 AKUS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은 1954년 8월 2일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뉴욕 맨해튼에서 카퍼레이드를 했다”면서 “뉴욕을 시작으로 주요 도시에서 (영화 ‘건국전쟁 2′ 제작비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상영회는 12~21일 뉴욕의 한인 밀집 지역인 플러싱, 17일 휴스턴, 24일 메릴랜드, 21~24일엔 애틀랜타에서 열리고, 4월 1~5일 뉴저지에서 막을 내리게 된다. 워싱턴DC 연방 의회 상영도 현재 의회 측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람료 중 대관료를 제외한 전액과 별도 후원금은 김 감독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한미동맹 USA재단(KUAUF) 등도 샌프란시스코·버지니아 등에서 ‘건국전쟁’ 상영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2일 오후 5시 현재 한국에서 ‘건국전쟁’의 누적 관객수는 114만명을 넘어섰다.
https://www.youtube.com/watch?v=FsVZSowMkf4&pp=ygUT6rG06rWt7KCE7J-BIOuJtOyalQ%3D%3D
https://www.youtube.com/watch?v=X9VLZq0J6-s&pp=ygUT6rG06rWt7KCE7J-BIOuJtOyalQ%3D%3D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년엔 병장보다 월급 적다"…월 190만원 '9급 젊공' 대탈출 : 비교 대상이 아님 (0) | 2024.03.25 |
---|---|
왜 국회는 민생을 돌보지 않는가 - 국민연금 일찍 타는 수급자 85만명 (0) | 2024.03.20 |
전공의 없어도 수술 1340건… 의료 공백 메우는 2차 병원 (0) | 2024.03.13 |
증여, 상속 비용 줄이는 방법 (0) | 2024.03.12 |
세계의 인구감소 부동산 정책은 (0) | 2024.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