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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지켜지지 않은 윤석열 공약1호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

by 큰섬바위 2024. 3. 20.

 

지난 6일 정부·여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사망한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위로금 액수를 올리고 지급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여당은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가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공약임을 강조하며 “국민이 국가를 믿고 따른 만큼 (중략) 접종 피해자와 가족이 충분히 보상받고 지원받았다고 체감할 수 있어야 국가가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이제는 백신 접종 피해자와 가족들은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게 됐을까?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질병청)은 백신 접종과 이후 발생한 이상 반응의 인과성을 따진 뒤, 명확하게 백신으로 인한 것이라고 밝혀진 경우에만 부작용으로 인정·보상해왔다. 접종 부위 통증 같은 가벼운 부작용이 대부분이지만 심근염이나 뇌혈전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백신 접종 뒤 발생한 이상 반응이 백신 때문인지 명확하게 알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데 있다.

질병청은 백신 이상 반응을 인과성이 있는 경우(범주 1~3), 불분명한 경우(범주 4), 없는 경우(범주 5)로 구분한다. 질병청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망자 986명을 대상으로 인과성을 판단한 결과를 보면, 인과성이 불분명한 경우가 78%로 대부분이었고, 명확한 경우는 22%에 불과했다. 인과성 있는 경우 2%, 인과성 없는 경우 20%였다.

이처럼 대부분 인과성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은 백신 부작용에 대한 보상 여부를 결정할 때 인과성 판단 결과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백신 접종 이상 반응을 다른 이유로 설명할 수 없고, 백신 접종으로 인한 것으로 추론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으면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하고 보상한다. 이렇게 해야 인과성이 명확하진 않지만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일 가능성이 큰 다수의 피해자들도 보상받을 수 있다. 의학적으로 백신 부작용을 판단하는 것과 사회적으로 백신 접종 피해에 대한 보상하는 것에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맞다.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에서 잘못 끼운 단추를 지금 정부·여당도 바로 잡지 않았다. 선진국처럼 백신 부작용을 폭넓게 인정하는 내용은 없었다. 대신 의학적으로는 인과성을 인정할 수 없으니 ‘보상’은 못 해주지만, 대신 사망위로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과성을 인정받은 사망자의 보상금은 4억8천만원이지만,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범주 4-2) 사망위로금은 1천만~3천만원에 불과하다. 질병청이 백신 이상 반응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만든 새로운 범주인 ‘자료가 부족해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범주 4-1)에 해당하면 위로금 1억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질병청이 인과성을 평가한 코로나19 사망자 986명 가운데 4-1로 인정받은 경우는 5명에 불과하다.

질병청은 사망자 5명 중 1명밖에 밝히지 못한 인과성 판단 결과를 가지고 모든 백신 접종 피해자들의 보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오만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공부도 좀 해야 한다. 질병청이 사용하는 백신 부작용 인과성 판단 기준은 세계보건기구가 10년 전 개정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날 기준이다. 위원회도 전문가위원회답게 운영해야 한다. 질병청 지침에 있는 부작용이나 미국이나 유럽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만 인과성을 인정한다면 왜 전문가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저명한 의학학술지 ‘란셋’에 의하면, 코로나19 방역대응의 국가별 성패를 가른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였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맞은 우리 국민의 백신 접종 피해를 제대로 인정·보상해 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민으로부터 정부가 신뢰받을 수 있을까. 신뢰를 잃은 정부가 풍토병이 된 코로나19와 주기적으로 우리를 찾아올 새로운 감염병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윤>

[출처] [칼럼] 지켜지지 않은 윤석열 공약1호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_23.9.21. 한겨레|작성자 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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